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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17 16:13
[시애틀 문학-안문자 수필가] 생일 케이크에 새겨진 별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112  

안문자 수필가

 
생일 케이크에 새겨진 별들

 
지난 3월 서울에 다녀왔다
시애틀에 와서야 워싱턴주, 오소의 산사태 소식을 알았고, 며칠 후 한국에서 엄청나게 슬픈 일이 일어났다

즐겁기만 했던 고국 방문이 죄송하고 민망하다. 서울의 선배로부터는 슬픈 부활절이란 이메일이 왔고 인터넷에 뜬 친구인 신학자는 비통 중에 맞는 부활절에 끝없는 인간애를 가지는 삶, 그것이 예수의 부활이라고 설교했다

서울에서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쓰기 전, 슬픔과 고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의 부활과 인간 사랑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서울, 여러 해 만에 갔으니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정말 눈이 휘둥그래졌다. 처음 보는 고층 건물들은 세계적인 규모였고 까마득한 아파트들은 눈이 부셨다. 그래도 여기저기 옛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곳이 있어서 감추어진 속살을 보듯 반가웠다.

그리웠던 사람들의 겉모습은 조금씩 변했지만 와르르 쏟아지는 반가운 몸짓엔 깊이 쟁여있던 사랑이 감지되었다. 눈부시게 발달한 물질문명도 인간의 속성은 바꿀 수 없었나 보다. 서로가 다른 길을 걸으며 각양각색의 삶을 이어온 대로 그들에겐 인생의 노련함이 배어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자마자 엊그제 만났던 사이처럼 거리감이 없다. 말끝마다 붙는 익살에 배꼽 빠지게 웃는 젊음도 되살아났다. 체면도 망설임도 없이 숨어있던 끼들이 발동했다. 우리는 으레 식탁을 마주하고 대화의 흥을 돋운다. 세계로 뻗어간다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다양해지고 고급화로 변모된 건강식 밥상이 놀라웠다. 과연 음식도 예술이라더니 차림새마저 격조 높게 탈바꿈 했다.

, 세월의 고달픔이 기적의 삶으로 이어졌고 우리들의 마음에 새겨진 슬프고도 기뻤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음식 맛보다 더 깊고 짙었다. 가슴이 따뜻한 한민족의 깊은 정은 흐르는 세월도 막아내지 못하는가 보다. 이 풍요로운 친밀감을 잊고 살았다니…. 감동은 가슴 깊이 파고들어 마침내 마음의 현()을 건드려 온 몸이 떨리는 기쁨으로 몰아넣는다.

3월은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이다. 이 무슨 횡재인지…. 서울에서 다섯 번의 생일 축하를 받은 호사를 누렸다. 그러니까 다섯 번의 촛불 끄기와 다섯 번의 축하 노래를 받았다는 말이다. 내 생애에 두 번 다시없는 감동이었고 넘치는 축복이었다. 이토록 사랑이 깃든 생일 축하를 다섯 번씩이나 받을만한 사람이 결코 아니건만, 황송하고 쑥스러워 고개가 숙여지면서도 좋아라, 신이 났다. 아이처럼 신이 났던 생일놀이는 처음이었다.

우리의 사랑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민 온 후 지금까지 친구들과 존경하는 분들에게 여러 의미가 깃든 카드를 주고받은 덕분일 게다. 답장이 없어도 내가 좋으면 계속되었던 카드보내기는 좀 유별나긴 하다. 만나자마자 카드 받는 즐거움과 부담스러웠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걸 보면. 그렇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나를 잊지 말라는 떼쓰기였는지 모른다. 대부분 회답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은 세월의 길이만큼 거리감이 없다. 기계를 통해 오는 카드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달았어도 금세 배가 고프다. 그러기에 카드 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 일은 나의 기쁨이었다.

어쨌거나 다섯 개의 생일 케이크는 내가 시작했던 편지의 끈이 이어져온 공로상이라고 할까. 다섯 개라…. 약간 뻐기는 마음으로 꼽아본다. 끈끈한 혈연으로 맺어진 시누이와 동서들의 케이크, 세월을 초월한 동창들의 케이크, 젊음의 의욕을 나누던 옛 직장의 친구들, 우리의 아이들과 가장 많은 추억을 간직한 친구가족의 케이크, 한 교회를 섬기던 교우들의 케이크. 이 무슨 복이란 말인가.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면서 웃고 있었지만 콧잔등이 시큰거리곤 했다.

세상은 변해도 우정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고마움으로 가슴이 뛰었다.

그 외에도 살가운 지인들과 선후배의 조우는 짐짓 왜소해지던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고 새로운 희망을 북돋아 주었다. 우리는 이별하며 웃었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인사를 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살아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금세 제 나이들을 앞세우며 풀이 죽는다. 웃음꽃으로 만발했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다시 고즈넉한 시애틀의 북쪽으로 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바람이 인다. 암투병중이던 C작가는 <인연>이라는 책을 내며 독일작가F.밀러의 말을 인용하여 서문을 썼다. ‘인간이 세상에 사는 것은 별이 하늘에 빛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별들은 저마다 신의 규정에 따라 만나고 헤어져야만 한다라고.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귀중한 인연을 풍족하게 누리고 돌아왔다. 오고, 오는 세월 속에서 새로운 인연들은 또 맺어질 것이다. 이 모든 인연들은 한 물결이 되어 흐르게 되겠지. 삶의 고뇌를 나누며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저마다의 빛을 내고 있다. 빛을 내던 별들이 생일 케이크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졌다. 다섯 개의 생일 케이크 속에는 살아있는 감사와 황혼에도 벅차게 차오르는 희망이 숨어 있었다. 세월은 고통과 슬픔을 덤처럼 짊어지고 흘러가지만 기쁨을 잉태하며 깜박이는 별들의 이야기는 큰 별, 작은 별이 되어 영원히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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