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5-15 (수)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6-07-24 18:05
[시애틀 수필-안문자] 꽃보다 귀한 사람마음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036  

안문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꽃보다 귀한 사람마음
 
어머나! 또 폈네~. 아침 햇살에 진주이슬 반짝이며 붉은 장미가 방긋 웃는다

, 너무 예뻐서, 너무 기특해서 ‘얘들아 고마워’ 속삭이다가…맞아, 그곳. 잔잔한 꽃 파도를 배경으로 구름떼처럼 피었을 그 꽃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려보다가 아기들의 도리도리처럼 나도 고개를 흔들며 지워버린다.

시애틀 근교에 꽃밭으로 소문난 집이 있다. 넓디넓은 뜰에 만발한 온갖 꽃들이 서로의 향기에 취해서 춤을 추고 푸른 바다는 꽃들을 감싸안으며 출렁거리고. 한국인 부부가 가꾸는 정원은 보지 않고는 상상이 안 된다

관광지처럼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행중인 손님을 데리고 아무 때나 구경 오지만 주인은 환영한다. 친지들에게는 라벤다로 우려낸 차까지 대접한다는, 멋있고 친절한 부부의 정원이다.

친구 K는 꽃마을의 주인이 남편의 동창이라 몇 번 그곳에 초대를 받았다. 그들은 동네에 한국 사람이 없어서 한인들이 그립다고 말하더란다.

어느 날, K가 꽃을 꺾어가라는 그들의 연락을 받고 내게 꽃구경을 가자고 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잘 모르는 분들인데…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이 아름답고 부인이 국문과 출신이라니 내가 쓴 책이라도 주고 싶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그들은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책을 즐기고 그 속에서 영혼의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리라. 나는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라는 책을 썼는데,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던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책을 주고 싶어 한다. K도 반색하며 그러자고 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날, K가 내 책을 들고 나타났다. 의아해하는 내 표정을 살피며 기분 나빠할까 봐서 말이야.’하며 책을 만지작거린다

사연인즉, 아무개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당신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산다니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이 책을 주고 싶어했고, 나 또한 같은 생각으로 갖고 왔노라고 했다지

반가워 할 줄 알았는데… 부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의 제목을 쓱 보더니 우리, 이런 책 안 봐요! 한글 책도 안 봐요!’ 하더라나. ‘? ~?’ ‘한국에 가 보세요, 너도나도 자기네 가족이나 자기를 자랑하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잘난 척 하며 책들을 주는데 난 다~버려요.’ ‘책을 어디에 버리세요?’‘쓰레기통에 버리지 어디다 버려요?’주는 책을 마다하는 것도, 책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더란다

K, 자연을 사랑하고 한국 사람들이 그립다던 그들이 실망스러워 가슴까지 두군거렸단다. 민망하고 어이없기는 내가 더 할 터. ‘잘 가져왔어, 하마터면 쓰레기통에 들어 갈뻔했네 그랴. 아무에게나 책을 주면 안되겠구나.’쫓겨온 책을 가슴에 안았다.

근래에 박완서 작가의 딸, 호원숙 씨가 쓴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라는 책을 읽었다. 어머니가 생존하셨을 때와 돌아가신 후의 추억들을 쓴 글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쓴 글들을 읽으며 나도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어머니의 책을 펼치면 방금 넘긴 원고 같은 활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썼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쓴 나도 같은 마음이다. 나는 아버지가 살아오신 귀한 삶의 역사를 기억하려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글을 쓴 것이다. 나의 이 간절한 마음을 제목만 보고 단번에 잔인한 평가를 해버리다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씁쓸했다.

세월이 얼마간 흐른 후, 우연히 어떤 문화행사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참석자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었다. 옆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분명히 그곳의 꽃 이야기와 구경 갔을 때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반가움과 섭섭함이 교차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쫓겨온 내 책!’ 남편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들과 말이 하고 싶어졌다. 웃으며 다가갔다. 우리는 K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니 그들이 반색한다. 꽃을 가꾸며 아름답게 사는 분들로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무 때나 구경 와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그들의 답이 의외다. 관광지같이 다녀가는 사람 말고 오래 오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오면 좋겠다고 한다

친구 사귀기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젠가 꼬인 마음으로 던져주었던 그 책의 저자라는 사실은 알 턱이 없으니 우리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눈의 색안경은 아무리 벗으려 해도 벗겨지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면한 내 책…그래, 섭섭해할 가치도 없다. 애써 언짢았던 마음을 다스렸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꽃과 열매와 살아있는 생명들을 사랑한 <월든>의 작가 소로우나, 자연과 함께 산 법정스님이나, <소박한 밥상>을 쓴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이나,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인간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책을 무시한다면, 사람의 진실된 마음을 오해한다면 그들이 가꾸는 꽃밭이나 마음 밭에 잡초가 무성해져 황량해질 수밖에 없을 게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요? 사람에 대한 예의와 꽃보다 귀한 사람의 마음 존중이 먼저일 텐데요.

**시애틀지역 한인 문학인들의 작품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696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636 [서북미 좋은 시- 김성교] 이끼 시애틀N 2019-05-12 5214
635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김미선] … 시애틀N 2016-07-17 5174
634 [서북미 좋은 시- 이춘혜] 가을 山 시애틀N 2019-09-22 5168
633 [시애틀 문학-안문자 수필가] 크리스마스 선… 시애틀N 2014-12-20 5159
632 [시애틀 수필-이한칠] 나를 찾아서 시애틀N 2016-01-18 5159
631 [시애틀 수필] 13년 후 시애틀N 2017-02-12 5141
630 [시애틀 문학-안문자 수필가] 생일 케이크에 … 시애틀N 2014-05-17 5118
629 [서북미 좋은 시]박순자/시애틀의 비 시애틀N 2013-12-25 5086
628 [신년시-이경자] 새해 소망 시애틀N 2016-01-06 5068
627 [시애틀 수필- 이 에스더] 토끼의 간을 씻다 시애틀N 2015-08-08 5061
626 [시애틀 시-김재완] 날로 새로워라 시애틀N 2015-09-07 5059
625 [시애틀 수필-안문자] 꽃보다 귀한 사람마음 시애틀N 2016-07-24 5038
624 [시애틀 수필-이 에스더] 죽 쑤는 여자 시애틀N 2015-05-09 5033
623 [시애틀 수필- 김윤선] 손 님 시애틀N 2015-08-22 5033
622 [시애틀 시-김재완] 섶에 오를 때 시애틀N 2016-03-09 5020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