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개교 이래 현직 교수로는 성추행 구속 사례 '처음'
판사 "범죄혐의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있다"
재학생들 "법원 결단은 다행…사표 수리하려 했던 학교에 실망"
인턴 여학생 등에 대한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K(54)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3일 구속됐다.
현직 서울대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건 서울대 개교 이래 첫 사례이다.
윤태식 서울북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K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K교수는 이날 오후 성동구치소로 입감되며 앞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을 오고가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이날 K교수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체로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이공계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이제 와서 논란이 불거져 아쉽지만 그래도 법원이 결단을 내려줘서 다행"이라며 "구속까지 될 정도로 큰 일을 저지른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려고 했던 서울대 본부 측에 대한 실망감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이 된 상태니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 진행이 중단될 것 같아 걱정된다"며 "학교 차원의 징계도 발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대학의 자유니 같잖은 소리를 할 여유도 없이 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판사를 칭찬해줘야 할 일", "본부가 짐을 덜었다, 밖에서 알아서 해주니까 고맙습니다 하고 있겠네" 등 K교수의 구속과 관련된 학생들의 반응이 연달아 올라왔다.
한편 서울대 본부 측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K교수 구속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앞서 K교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되는 영장실질심사 시간보다 조금 늦은 10시45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두터운 점퍼, 운동화 등 캐주얼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출석과정에서 "여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한 사실을 인정하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해학생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낮 12시15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충분히 소명했느냐" 등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다가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를 남겼다.
검찰은 지난 7월28일 저녁 서울 한강공원 벤치에서 인턴 여학생 A씨를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K교수와 관련해 지난 1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당초 K교수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지만 소환조사를 받은 서울대 내 또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혐의가 인정됨에 따라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 본부는 지난 1일 K교수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겠다던 기존 입장이 논란을 일으키자 사표를 인정하지 않고 학내 인권센터를 통한 진상조사, K교수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