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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14 01:18
"증거를 인멸하라"…'검찰 수사' 비리재벌들의 발버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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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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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건'의 핵심 키워드는 '증거 인멸'…"불이익보다 이득 크다"
수천억 분식회계·횡령·조세포탈한 재벌…증거인멸해도 처벌은 고작 징역 8개월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한 배경에 대해 롯데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이유로 언급했다. 그렇다면 피수사대상은 왜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것일까.
법조계는 증거인멸로 받게 되는 불이익보다 얻게 되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수사대상 기업이 반복적으로 증거인멸을 해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일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이사장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관련 로비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신 이사장이 실질 소유주인 B&F 통상과 신 이사장의 자택, 호텔 롯데 면세사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B&F 대표 이모씨(57)의 지시로 회사 PC 메인서버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직원용 PC 등을 포맷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신 이사장의 면세점 비리 의혹이 보도된 후 롯데그룹도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며 지난 10일 수사관 240명을 투입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다.
◇ 기업 '증거인멸'로 얻게 되는 이익이 불이익보다 훨씬 커
정운호 대표로부터 금품수수 등 로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 장재단 이사장과 신 이사장의 장남이 운영하는 B&F의 대표 이모씨가 11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표는 자료 파기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했다. 즉 결과적으로 수사에 증거로 사용될 자료는 파기한 것이 맞지만 수사방해나 범죄를 은폐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벌에 대한 수사가 있을 때마다 ‘증거인멸’이 반복돼 왔던 만큼 이 대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수천억대 분식회계와 특가법상 횡령, 조세포탈 혐의 등을 받고 법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00억원을 선고 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사건에서도 '증거인멸'은 빠지지 않았다. 효성그룹도 국세청이 탈세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시점에 핵심 임원들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모두 새 것으로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결국 효성그룹의 탈세와 분식회계 횡령 등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효성그룹 전 지원본부장인 노모씨(56) 뿐이다. 노씨는 지난 1월 효성그룹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기업범죄가 아닌 '오너 일가'의 개인적 범죄에 대한 수사에서도 '증거인멸'이 이뤄진다. '땅콩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도 대한항공 임원이 조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고 허위진술서와 시말서 등을 받는데 앞장섰었다.
이번 '롯데' 사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검찰이 B&F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러 간 시점에는 이미 관련 증거인멸이 이뤄져 있었고, 이에 대한 지시는 B&F 대표 이씨가 한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씨의 증거인멸 지시로 B&F의 범죄혐의 입증은 검찰이 자료를 복구해내지 않는 이상 쉽지 않게 됐다. 범죄혐의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없애 수사를 방해한 셈이지만 증거인멸에 대한 법적책임은 효성그룹의 노 전 본부장처럼 B&F 이 대표가 징역 몇 개월로 죗값을 다할 가능성이 크다.
재벌 기업의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증거인멸로 받게 되는 법적 불이익보다 증거인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증거를 인멸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가 기업 '오너가'의 일원 또는 경영진의 횡령,배임,세금탈루 등이 유죄로 판단될 경우 비자금은 추징 대상이 되고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즉 기업은 '직접적 타격'을 입는다. 기업의 조직적·계획적 증거인멸에 대한 죗값으로 충격적일만큼의 금전적 제재 또는 기업 오너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등이 이뤄지지 않는한 이해득실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는 증거인멸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당연한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
◇ 임원은 '총대'메고 로펌은 부추기고
'증거인멸'은 법과 정의를 정당하게 집행하는 것을 방해하는 '사법방해' 행위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처벌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편으로 '증거인멸'이 이뤄진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임원 개인이 '증거인멸'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오너家 일원이 직접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을 밝혀내기 힘들고, 해당 기업 임원 등이 비뚤어진 충성심으로 시쳇말로 '총대'를 메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기업 수사가 시작되면 증거부터 없애는 관행 아닌 관행이 생겼다.
‘땅콩회항’ 사건 수사과정에서도 대한항공 임원이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지시했는지 해당 임원의 ‘자발적 과잉 충성’ 이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기업 자체의 범죄 혐의가 아닌 ‘오너가’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도 기업관계자가 나서 서슴없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법조계에서 기업비리 및 오너家의 변호를 맡는 유수의 대형로펌들이 '증거인멸’을 교사하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증거를 없애면 수사만으로는 파헤치기 어려운 부분 즉 입증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무죄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분식회계, 조세포탈, 횡령 등의 사건에서 검찰은 "조 회장과 아들들 효성 최고위층 임직원과 변호인까지 직접 증거인멸과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회유, 협박, 진술번복 강요, 대가 지급 등을 약속하며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은 본인 스스로 사법권 위에 존재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증거인멸과 범행 후 태도 또한 매우 나쁘다"고 일갈했다. 검찰이 재판정에서 남긴 말들을 통해 '재벌'의 법에 대한 인식을 엿 볼수 있다.
근대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심증이 있고 일부 정황이 범죄혐의를 뒷받침한다 해도 '증거'가 없는 경우에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하는데 부담을 갖게 된다. '증거인멸'은 수사 방해를 넘어 재판을 통한 정의의 구현도 훼손한다.
기업 임원이 발 벗고 나서 증거를 인멸하면 기업이 입게되는 불이익은 기업이 아닌 개인인 해당 임원이 입는 미약한 불이익으로 상쇄된다.
형법 155조 1항은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인멸을 저지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임원 입장에서 봐도 증거인멸의 법정형이 징역 5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증거인멸로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후에 이에 대해 회사 측 또는 '오너가'로부터 '충성심'을 인정받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선다.
기업은 사람 즉 자연인이아닌 '법인'이다. 법적 책임을 몇몇 사람들의 '희생 아닌 희생'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금전을 대가로 충분히 몇몇의 희생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업생리다. 기업은 '가둘 수 없는' 존재다. 기업들에 가장 큰 위협은 '징역' 등 자유형이 아닌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사건 전문변호사는 "결국 기업비리를 제대로 파헤치고, 기업이 배임,횡령 등으로 조성한 불법 비자금이 정관계에 어떻게 흘러들어갔는지 알아내 그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수사 전 단계와 초기단계에서의 '증거인멸'부터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금까지의 법적대응과는 다른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현실적 기업제재장치를 고안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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