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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2-03 18:10
[시애틀 수필-정동순] 몸이 하는 말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88  

정동순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몸이 하는 말   
 
57kg! 가수 이효리가 몸무게를 공개해 화제다. 댄스의 여왕, 영원한 디바로 불리는 그녀다. 화면에는 살이 쪄 보이지도 않았고 그녀 자신도 여전히 예전의 옷들이 맞는다고 한다. 아마도 근육 속살이 쪄 몸무게가 느는 것 같다고 웃는다. 여전히 47킬로그램쯤으로 보인다. 이제 효리 씨도 마흔이란다. 그녀의 몸무게 공개는 운동한다면 몸무게가 좀 늘어도 괜찮다는 위로다.

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지속적인 어깨 결림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핫팩으로도 안 되어, 어깨와 등에 파스를 석 장이나 붙였다. 우리 몸은 650개의 근육, 206개의 뼈, 360개의 관절이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생활습관에 익숙한 근육들만 무리하며 몸을 버티고 나머지 근육들은 퇴화해 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몸 곳곳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심스럽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칭송을 듣는 어느 분께 여쭤보았다. “젊은 나이로 돌아간다면 뭘 해 보고 싶으세요?” 좀 더 젊은 내가 은근히 그 분이 놓친 뭔가를 붙잡고 싶어 던진 질문이었다.  나는 내 몸을 더 소중히 여길 거야. 그때는 내 영혼이 깃드는 집을 너무나 혹사했어.” 뜻밖의 대답이었다.

몸에 보약을 들이대는 심정으로 운동하러 간다. 투명의자에 앉아 벌을 선다. 몇 초가 지나지 않은 순간에도 그동안 소외당했던 근육들이 못 견디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주인도 지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깔고 앉아 버텨 보려 한다. 엄하게 머리 위로 들어올린 팔을 곧추세운다. 충분히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운 날들이 떠오른다. 구부정하게 의자에만 앉아 종일 뭘 하고 있다.

강아지처럼 엎드려본다. 잠깐씩 쉬는 고마운 자세다. 허리, 종아리까지 스트레칭하며 뒤틀어진 체형을 곧게 펴 본다. 가끔 산책하거나 가벼운 등산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또 비타민 몇 알 집어 먹고 몸이 호사한 것처럼 생색이나 내지 않았던가. 앞만 보고 달려온 몸이 뒤도 좀 돌아보라고 한다. 뒤로 움직이는 근육들을 잊고 있었던 벌인 양 뒷근육들이 가파른 비명을 지른다.

나무가 되어 본다. 외발로 몸을 지탱하며 먼 산을 본다. 전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다리는 후들거리다가 균형을 잃고 다른 발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  쓰지 않은 근육들만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일과 가족과 나 사이에서 마구 엉키고 흐트러졌던 마음처럼, 몸은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 무게 중심이 상황에 따라 왼발에서 오른발로 옮겨지더라도 손은 바람처럼 움직이더라도 꿋꿋하게 균형을 이뤄내는 내공이 부족하다.

낮게 엎드려뻗쳐! 몸이 일자로 쭉 펴졌는지 힐끔 거울을 본다. 배의 근육들이 지진파가 밀려오듯 파동을 일으킨다. 어서 빨리 나를 놓아 달라고 팔꿈치도 후들거린다. 왜 낮은 곳, 가까운 곳은 보지 않고 몇 미터 앞만 보고 다녔냐고 힐난한다. 몸의 중심 기관인 배와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하여야 전신을 똑바로로 유지할 수 있음에도 얼굴에 생기는 주름이나 흰머리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두 손을 등 뒤로 맞잡는 시간이다. 오른손은 등 뒤로 사뿐히 넘어가 경쾌하게 왼손을 맞잡는다. 그러나 왼손이 오른손에게 손을 내밀면, 오른손은 한사코 맞잡길 거부한다. 자신이 혹사당할 때 도와주지 않고 한가하게 놀지 않았냐고 짐짓 토라져 있다. 왼손을 제발 한 번만이라도 잡아 달라고 부탁해 보지만 어림없다. 오른손이 왼손과 화해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누운 나무가 되어 숨을 쉬는 법을 다시 배운다. 들숨을 깊게 들이마시지만 선생님의 신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숨이 벌써 멈춘다. 헉헉대며 살아온 일상인 양 짧게 헉 들이마시고 학 바로 뱉어내는 이도 있다. 깊게 들이 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훈련을 통해 드디어 몸에 가벼운 평화가 스민다. “나마에스테!”  끝났다. 아쉬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켜 매트를 만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 자신의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 같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렵다. 특히 나이 들면서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감소하여 신진대사가 위축되고 기초대사량이 적어진다. 그래서 남아도는 열량은 나잇살이 된다고 한다. 내가 근래에 갑자기 살이 찌는 이유일 것이다.

주변에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진 이들이 있다. 그 가족들은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까. 또 건강 이상으로 인해 갑자기 복병을 만난 두려움은 클 것이다. 몸이 전과 같지 않게 자주 감기를 앓는다거나 어지럼증도 가끔 찾아온다는 이도 있다. 내게도 전에 없던 편두통도 생겼다. 날씨 탓인 것 같은데 두통약으로도 해결이 안 될 때가 많다. 몸이 전과 같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나를 무리하게 부려 먹어도 군소리 없이 많이도 참았지요. 이제 당신은 힘이 없습니다. 저를 방임하고 서운하게 했던 일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남은 인생, 저를 상전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세요. 당신 나이엔 아프지 않는 것이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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