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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5 18:45
[시애틀 수필-공순해] 소극적 삶을 권하는 사회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76  

공순해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소극적 삶을 권하는 사회   
 
오늘도 전화벨이 울린다. Scam Likely. 벨이 길게 울리다 끊어졌다 반복하길 세 번. 이쪽 끈기에 손들었는지 비로소 잠잠해진다. 이런 식의 이름이 뜨는 전화벨 소리를 참는 일도 일상 속의 스트레스다.

모르는 전화번호와 이름에 절대 응답하지 않는 버릇은 뉴욕에서 수없이 시달렸던 기억들 때문이다. 그때는 비즈니스 전화였기에 전화를 안 받을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과장되게 말해 전화 열 통 중 셋은 사기 전화였다.

가장 흔한 수법은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하는 순간 상대의 요금이 살짝 비싸게 우리 전화로 부과되는 것이다. 하도 당하다 보니 전화벨 소리에도 감이 잡혔다

이건 받아야 돼, 아니야, 정도로. 전화 회사에 항의해도 그들도 별무대책이었다. 주로 해외 전화였다. 멀리 인도, 자메이카 등등. 국내전화 경우는 성매매 업소, 공중전화 번호 등이었다

나중에 데일리 뉴스의 보도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화 회사의 전직 직원들이 전화 회선을 잘 알기에 벌이는 사기 행각이라고 했다. 이런 번거로움은 Do not call 프로그램이 생기고 좀 덜하기는 했지만 전부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심지어 가게 문 닫고 쉬는 날에도 통화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었다. 액수는 참 애매했다. 십여 불에서 이십 불 남짓. 성가신 걸 생각하면 그냥 납부해도 되나 참고 있을수록 빈도가 높아지겠기에 일일이 휴점 증명 서류를 버라이즌에 보내 항의했다. 하면 그들이 검토해 보고 다음 청구서에서 액수를 제해 주긴 했지만 머리가 세어 버릴 만큼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었다.

전화선으로 이렇게 괴롭히는 전화도 있지만 더 악랄한 건 거짓말로 돈을 요구하는 전화였다. IRS를 사칭하는 전화야 IRS에선 반드시 문서로 연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배짱 좋게 수화기를 그냥 내려 놓을 수 있지만, 지역 사회의 청소년들을 육성할 기금을 기부해 달라는 경찰서 전화에 귀 기울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당신 가게의 소화전 점검 기간이 넘었으니 점검하러 가겠다, 만일 응하지 않으면 티켓을 받을 것이다, 당신 손님의 불평 제기가 들어왔으니 위생 상태를 점검하러 가겠노라는 소비자 보호국 사칭 전화 등등. 이런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분별하고 판단하며 그들과 맞서 배짱을 부리는 방법 밖엔 없었다.

은퇴하고 참으로 홀가분한 일 중 하나가 이런 전화에 시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집 전화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90년대, 2천년대와 또 다른 스팸 전화가 부지기수다. 해서 벨이 울리고 낯선 번호나 이름이 뜨면 아랫배에 힘주고 버틴다. 과거의 악몽이 버틸 힘을 준다.

언젠가부터 전화 액정판에 Scam Likely가 뜬다. 처음엔 이런 이름에 전화 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웃으며 무시해 버렸다. 우리의 곽 씨, 피 씨, 동 씨를 비웃는 이들도 별 수 없네. 스캠 라이클리? 하하. 하긴 린치, 드러커 같은 성씨도 있는데, . 한데 가만 들여다보니 전화번호가 다양하다

전화번호를 검색해봤다. 북쪽 지역의 자동차 정비소 번호인가 하면 서쪽 지역의 비즈니스 전화번호이기도 하다. 미네소타, 플로리다 등등구글에 Scam Likely를 검색해 봤다. 역시 스팸으로 뜬다. 한글로도 쳐봤더니 아예 자동검색 완성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화하면 자동검색 완성이 될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로 부심하고 있을까.

이런 일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계신 시누님께 전화하면 꼭 몇 번이고 다시 걸어야 통화가 가능하다. 중국, 동남아 지역으로부터 오는 보이스 피싱을 피하려 전화번호를 확인하시기 때문이란다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이지 싶다. 전화 안 받는 것으로 피해를 피해 가는 소극적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라니. (앱을 깔아 예방한다는 분도 있다.)

언젠간 미디어에 종사하는 분에게 이메일이 왔다. 일로 알고 지내긴 하지만 도움 요청을 받을 만큼 가깝지 않았음에도 필리핀을 여행 중에 마닐라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무일푼이 됐으니 현금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스팸 메일이구나, 짐작되어 응답하지 않았다. 나중에 만났을 때 얘기했더니 메일 주소가 유출되어 지인들을 염려케 했다며 무안스러워했다.

현진건은 식민지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고통과 서러움을 <술 권하는 사회>로 풀었다. 하니 이민자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지금은 <소극적인 삶을 권하는 사회>라고 그냥 넘겨야 할까. 자칫하면 호구 되기 십상인 세상. 호환이 더 무서울까, 호구 되는 게 더 무서울까. 물려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말도 있다. 정신 차리자. 용궁에 가서도 살아 돌아온 토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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