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경제인 1등 도착, 최태원 회장 지각 할 뻔 스마트폰 두고, 손가방 든 회장님 '진풍경'
재계 총수와 여야 당대표 등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이 떨리는 표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재벌 총수와 정치권 고위인사들이 한 버스에 탑승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8일 오전 6시20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계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기된 표정의 박 회장은 검정색 손가방을 꼭 쥔 채 양복 깃에 대한민국 국기와 한반도기 배지를 차례로 달았다. 방북증을 교부받고 목에 건 박 회장은 비서로부터 명함 한통을 건네받았다. 늘 함께 다니는 비서가 스마트기기 충전을 위한 어댑터를 건네자 박 회장은 "어차피 충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챙기지 않았다. IT 얼리어답터로 유명한 박 회장이지만, 스마트폰도 두고 떠나는 색다른 경험인 셈이다.
박 회장은 전날 오후 2시부터 1시간20분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방북 교육을 받았다. 방북 소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박 회장은 "잘 다녀오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특별수행' 팻말이 적힌 1번 버스에 올랐다. 박 회장에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차례로 도착했다. 이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방북증을 교부받고 버스에 올랐다. 오전 6시4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착하자 취재진이 몰려 현장이 혼잡해지기도 했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가방을 들고 버스에 탑승했다. 취재진이 "방북 소감은 어떠하냐", "대북 사업 구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하지는 않았다. 대신 "안녕하세요"라고 짧게 인사한 뒤 1번 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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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특별수행하기 위해 방북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결지인 경복궁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8.9.18/뉴스1 © News1 | 삼성그룹 오너가로서는 첫 방북에 나선 이 부회장은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찾아가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실에서 박 회장과 담소를 나눈 뒤, 박 회장의 차를 함께 타고 방북교육장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재계 큰 어른인 박 회장에게 '찾아뵙고 싶다'고 직접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방북교육에 대리인을 보냈다.재계인사 중 '막내'격인 구광모 LG 회장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6월 재계 4위 LG그룹을 이끌 '오너 4세' 회장직에 오른 뒤 처음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직된 표정의 구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미국 중심의 대북 제재가 여전한 만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재계 인사 가운데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시 출발 직전인 6시52분 간신히 도착해 버스에 가장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덕분에 SK그룹 관계자들은 느긋한 다른 그룹 관계자들과 달리 가슴을 졸이며 최 회장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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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최태원 SK 회장이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특별수행하기 위해 집결지인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2018.09.18/뉴스1 © News1 류석우 기자 | 재계 인사와 정치인들의 온도차도 극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은 버스 옆에 둥글게 모여 방북 일정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각자 평양에 대한 기대감과 방북 경험 등을 풀어놓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들뜬 표정으로 "대통령님을 모시고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계 인사들은 버스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각 그룹 비서진들은 버스 옆에서 '회장님'을 배웅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했다.28인승 버스인 1호차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용만 회장,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현정은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총재가 탑승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들과 한 버스에 탑승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총수를 포함한 경제인과 정치인, 시민사회·문화예술 등 특별수행인 52명은 3대에 나눠 타고 이들을 보좌하는 일반수행원들은 2대에 분산해 탑승했다. 버스는 오전 7시 경복궁 주차장을 출발,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이들은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특별수행하게 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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