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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12 11:43
[시애틀 수필-정동순] 딱 10분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146  

정동순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10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시인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첫 연은 이랬다. 그리고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은 없다고 했다. 애타게 기다려 본 사람들에게 이 시는 큰 위로가 된다.

약속 시간에 늦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늦어서 서먹했던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가오는 발자국이 가슴에 쿵쿵거리는 대신, 또 늦은 나를 향해 지청구의 막대기를 두드렸을 선생님의 안색은 몹시 안 좋았다

그 분은 늘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분이니 내가 늦은 10분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더구나 내 쪽에서 도움이 필요해 잡은 약속이었기에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약속 장소로 출발하기 직전에 누가 오랜만에 전화했다. 안부를 묻다가 통화가 길어졌다. 또한 점심 시간대라 1마일도 안 되는 거리가 신호 두어 번 받으니 10분도 더 걸렸다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진 교통체증을 생각하지 않고 빠듯하게 출발하는 습관도 늦은 원인이었다. 전에도 그분과의 약속에 늦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들르셨다. 어디 가는 길이라고 했지만, 이야기가 길어졌다.

생각해 보니, 나는 출근하는 시간이나 중요한 시험이나 이런 시간에는 늦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지인들과의 약속에는 늦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늦어도 이해해 주겠지 하는 느슨한 생각이 마음 한 켠에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늦지는 않지만, 출근 시간에도 아주 빠듯하게 맞추어 가는 습관이 있다. 글도 마감날이 되어서야 잘 써지고, 한국 여행을 가면서도 출발하는 날 아침에 가방을 싸니 말이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약속된 시간의 지배를 받으며 산다. 그런데 그것에 대처하는 태도는 판이하게 다르다. 늘 넉넉하게 직장에 도착하는 사람이 있고, 5분 혹은10분쯤 늘 늦는 사람이 있다

예배 시간에도 일찍 도착하여 앞줄에 앉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늦는 사람들은 늘 같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약속 시간이나 교통편에 늦지 않으려고 아주 넉넉하게 출발한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세 시간 전에 길을 나서고 음악회나 야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시간 전에 도착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는 동안 늦을까 봐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늦었던 10분은 우리 일상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루의 1%도 안 되는 시간 10분은 응급환자에게는 생사를 다투는 시간이다. 스포츠 경기의 연장전에서는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효리의 노래, 텐 미닛에서처럼 상대방을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반대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나쁜 이미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나에게는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책을 서너 페이지 이상 정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문 기사의 전체를 간단하게 훑어 보거나, 기사를 두 편 정도 읽을 수 있다. 차가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는 16㎞를 갈 수 있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 10분은 꿀맛이었다. 낮잠 자기, 점심 까먹기, 운동장에 나가 놀다 들어 올 수 있었다

매점에 가서 컵라면 한 개를 사서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국 학교에서는 휴식 시간이 10분보다 훨씬 짧은 5분뿐이다. 휴식 시간이 아니라 교실을 이동하는 시간이니 학생들은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 네 시간 일하면 10분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대부분 직원은 이 10분의 시간을 아끼느라 화장실도 휴식시간 되기 전에 미리 갔다. 10분을 600이란 초 단위로 음미하듯 휴식 시간을 보냈다.

<하루 10분의 기적>이란 책은 10분을 잘 활용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의 뇌는 적당한 압박을 느낄 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자투리 시간 10분을 이용하여 인생의 턴닝 포인트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10분이란 제한 시간을 정해 놓고 어떤 일을 해내는 동안 놀라운 집중력이 발휘되어 인생을 바꾸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허나 내가 늦었던 그 10분은 타인의 시간을 무작정 흘려보내게 하고, 더 나아가 노여움까지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10.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10분을 십분 살려 유용하게 활용해야겠다. 그리고 남의 가슴에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내지 말아야겠다. 애인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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