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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6 11:17
[시애틀 수필-이한칠] 시애틀, 한여름의 단상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137  

이한칠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시애틀, 한여름의 단상 

 
있을 때 잘해라.’흔히 하는 말이다곁에 있는 소중한 대상들을 놓친 뒤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챙기라는 뜻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맞는 말이다. 내가 가진 귀한 것들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처럼 착각한다. 그 대상이란 사람은 물론 수없이 많은 사물 등이다. 내가 시애틀의 여름을 마음껏 즐기려는 것도 다가올 긴 우기에 후회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한국은 화씨 100(섭씨 37)이상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덥다고 아우성친다. 미국의 남서부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애리조나주의 일부 지역은 연일 110도를 쉽게 넘나든다. 유럽,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불볕더위 현상이 이어진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 안타깝다.

90도 안팎인 시애틀의 더위를 폭염이라고 하긴 좀 뭣하다. 어떤 이들은 에어컨을 화제로 들먹인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습기 없이 깔끔한 시애틀의 여름은 아름답기만 하다. 추위보다 더위를 더 타는 나에게 딱 알맞은 날씨이다. 

8월의 달력에는 계획된 일로 꽉 차있다. 의자를 둘러메고 야외음악회에 간다. 산행은 당연한 일이다. 시애틀과 시애틀 사람이 좋다며 찾아오는 친구들을 맞이한다. 골프도 쳐야 한다. 캠핑 계획도 있고, 성당의 큰 행사도 들어 있다. 잠시 시애틀에 들러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둘째의 방문 날짜도 적혀 있다. 사진 촬영 겸 나만의 여행 계획도 큰 글씨로 쓰여 있다. 어떤 주말에는 서너 가지가 몰려 한 가지 행사를 택하며 아쉬워할 때도 있다.

해마다 그렇듯, 8월에는 항상 누군가를 맞이하고, 또 어디든지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덕분일까. 웬만한 일에 너그러워진다. 또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값진 추억이 남는다. 수북하게 쌓아놓은 여름의 추억은 엔간한 산봉우리 높이와 엇비슷하지 싶다.

그렇게 들락날락할 즈음인 8월 중순, 이른 새벽에 단잠을 깨운 것은 조카의 전화였다. 무슨 일일까. 새벽녘에 한국에서 오는 전화는 심상치 않은 소식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넷째 형의 부고 소식이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뭔가 잠시 멈추라는 신호 같았다. 잘 놀 일에만 분주하던 차에 멍한 느낌은 당연했다. 새벽이 다가오면서 정신이 점점 말똥말똥해졌다. 단단한 체구에 부지런하던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 중, 넷째가 제일 총명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에게 영어 기초를 익히게 한 것도 넷째 형이었다. 친구들과 노는 데만 한눈팔던 나를 반강제로 공부시켰다. 반세기 전, 형 덕분에 이미 선행학습을 맛본 셈이었다.

그 형은 나의 미국행을 딱히 반대하지 않았지만, 낯선 땅에 홀로 가서 힘들진 않을까 염려했을 뿐이었다. ‘니 괜찮나?’라는 짧은 물음뿐이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내가 잘 적응해 나아가는 것으로 알고 안심하셨다.

시애틀 근교의 자연이나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 등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휴가 때마다 한국을 다니러 가기보다 미국 내의 다른 주, 또는 유럽 등으로 싸돌아다녔다. 한국은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여겼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계신 형들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로만 알았다. 아마 나는 형들이나 내가 나이 들어가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자녀나 외아들 혹은 외딸을 선호한다고 한다. 나의 세대만 해도 두 명 정도의 자녀를 두었다. 부모님 세대에는 적어도 대여섯, 일여덟의 자녀들은 보통이었다. 내 경우, 아홉 형제 중에 나만 미국에 왔으니 형들과 누나들이 아쉬워했다

어떤 이들은 나의 첫인상이 맏이 같다고 하지만, 나는 영락없는 막내 노릇밖에 한 게 없다. 한국을 방문할 때나 명절 등 어떤 행사에 인사만 했을 따름이었다. 나를 비롯한 동생이라는 위인(爲人)은 형과 누나가 베푸는 내리사랑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반면, 주변에 형 같은 동생이 있긴 하다.

앞으로 몇 번의 여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개인의 명예나 즐거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우를 본다. 나도 나의 일에만 몰두하다가 중요한 일들을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이제 떠나 버린 형님들을 마음에 담고, 남은 형제들도 여전히 사랑할 참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애틀의 여름, 분주했던 8월이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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