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일 브린슬리에 의해 20일(현지시간) 총격사망한 뉴욕경찰국(NYPD)의 라파엘 라모스(왼쪽)와 류원젠 경관.>
폭력조직 단원인 이스마일 브린슬리(28) 범행 뒤 자살
두 명의 뉴욕 경찰이 20일(현지시간) 오후 20대 흑인의 총에 맞아 살해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최근 흑인들이 잇따라 경찰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데 대한 보복성 공격이 나온 것으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 총격도 처형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윌리엄 브래턴 뉴욕시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두명의 경관이 '암살'당했다면서 "경고도, 도발도 없는 상태에서 매복한 범인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볼티모어 출신 폭력조직 단원인 이스마일 브린슬리(28)로 그는 총격을 가한 후 경찰에 쫓기다가 근처 지하철역에서 자살했다.
그는 이날 앞서 오전 6시 이전에 볼티모어에서 전 여자친구를 총으로 쏜 뒤에 차를 몰아 뉴욕 브루클린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범행 동기는 비무장 흑인을 과잉진압해 사망케 한 미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불만으로 분석됐다.
브린슬리는 경관들을 살해하기 수시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은색 총 사진을 올리고 "그들이 우리 중 한 명을 데려가면 우리는 두 명을 데려간다(They Take 1 Of Ours... Let's Take 2 of Theirs)"고 글을 남긴 뒤 백인 경찰관에 의해 최근 살해된 흑인들인 에릭 가너와 마이클 브라운을 언급했다.
그의 신원이 밝혀지자 블로거 들은 그가 남긴 페이스북을 분석하며 그가 이슬람교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슬람 어를 할줄 알며 많은 이슬람교 친구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브린슬리는 가운데 이름으로 압둘라(Abdullah)라는 이슬람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2007년 경찰 기록에서 드러났다.
이날 사건은 오후 2시 45분 경 브루클린의 베드퍼드-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라파엘 라모스 경관과 류원젠 경관이 순찰차에 앉아 있는 동안 발생했다. 브린슬리는 순찰차로 걸어와 조수석 측 창문 밖에서 수발의 총을 두 경관의 머리와 상체를 향해 발사했다. 경찰 당국은 두 경관이 브린슬리 쪽을 볼 수도, 총을 꺼내들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공격당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총성을 들은 한 목격자는 용의자가 총격 후 욕설을 한 후 달아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총격 후에 사복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공격받은 경관 한 명의 목에 손을 대보더니 차에서 끌어내 바닥에 눕혔다. 이후 두 경찰관은 병원으로 신속히 보내졌지만 사망판정을 받았다.
사건 현장 인근에 있던 경찰들은 브린슬리를 지하철역까지 추격했다. 위장군복 바지에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던 브린슬리는 플랫폼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됐고 주변에선 그의 은색 총기가 발견됐다. 브린슬리는 곧바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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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흑인의 총격을 받은 뉴욕 경찰을 실은 구급차가 뉴욕 소방대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당초, 경찰은 범행 전에 브린슬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브린슬리가 전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29세 여성에게 이날 아침 총을 쏘면서 볼티모어 경찰은 추적을 시작했다. 경찰은 브린슬리가 경찰 살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긴 것을 오후 1시 반쯤에 발견했으며 2시 10분쯤에는 브루클린 70 관할구 경찰에 전화를 걸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찰을 공격할 것을 암시한 사람이 부근에 있다고 통보했다.
당시 브린슬리 지명수배 전단 역시 팩스로 전해졌고 같은 정보를 담은 텔레타이프 통신문도 2시 50분쯤 뉴욕경찰국이 운영하는 실시간 범죄정보센터로 전달됐지만 사건은 거의 같은 시간에 벌어졌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브린슬리는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2006년에 불법 무기소지 혐의, 절도, 경찰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여러차례 체포됐다.
이날 범행은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촉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살한 용의자 브린슬리는 흑인이며 사망한 두 경관은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무조건적으로 규탄한다면서 경찰들은 날마다 시민의 존경과 감사를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건으로 경찰과 경찰 개혁을 주창하고 나선 뉴욕시장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UY)는 전망했다.
뉴욕경찰의 양대 노조 중 하나인 PBA는 "(이날) 손에 묻은 피는 시장의 집무실이 있는 시청 계단에서 시작됐다"면서 시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들은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이 뉴욕시의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의 살해를 비난하는 시위대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경찰 입장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나타내지 않은 것이 이같은 사건을 야기시켰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시장 측은 시위대들에 평화를 유지해줄 것을 반복해서 말한 것 외에도 경찰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전 시장들의 임기에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뉴욕시와 뉴욕 경찰과의 관계악화는 1월 블라시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블라시오 시장의 공약 중 하나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줄이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