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 계열사 인수비용 1조 이상 소요될듯
금호타이어가 5년만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졸업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내년 경영방침으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내세우며 '그룹 재건'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 및 산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호산업, 금호고속 등 계열사 인수에만 1조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박 회장이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자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조6000억원, 누적 영업이익이 2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11.2% 늘었다.
금호타이어는 2012년 8월에 BBB- 등급을 획득한데 이어 지난 9월에 한국기업평가기관 등 3개 기관에서 안정적 투자등급인 BBB 등급을 획득했다. 경상이익은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부채비율 200% 이하 조건은 지난해 168%로 만족시켰고, 올 상반기는 158%로 더 낮아졌다.
금호타이어 지분은 워크아웃 기간 출자전환에 따라 우리은행 14%, 산업은행 13.5% 등 9개 채권기관이 42%를 갖고 있다. 이 지분 42%는 내년 상반기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분에 대해 우선매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7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 결의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 4곳의 경영정상화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서 금호산업이 2012년 12월 채권은행 자율협약을 최초로 졸업했으며, 지난 11월에는 금호산업이 채권단 출자전환주식 매각과 동시에 워크아웃을 종료하기로 해 조건부 졸업을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도 이달초 자율협약에서 벗어났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제2의 창업'을 완성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2015년 경영방침으로 정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B 및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우선매청구권을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과 금호산업, 금호고속 지분을 인수해야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현금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금호산업 인수전은 박 회장이 금호그룹의 재건을 위한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KDB산업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법무법인 태평양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채권단은 내년 1월까지 매도 실사를 진행한 후 1월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은 57.6%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 지분의 5.3%(176만446주)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경우 5.1%(169만57333주)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중 최소한 39%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당초 투자업계(IB)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데 2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최근 금호산업의 지분을 계속 매입해 박 회장보다 많은 6%대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투자업계는 현금성 자산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하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의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가치는 3300억원 수준이지만 경영권 및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을 더한 가치가 5000억원이 넘어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금호그룹의 근간이 된 금호고속 인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고속 지분 100%를 갖고 있는 IBK 케이스톤 사모펀드는 최근 매각 방해와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 중 1명인 김성산 대표를 해임시킨 상태다. 펀드에서는 김 대표가 금호고속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을 돕기보다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편입을 위해 뛰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의 가치에 대해 매각가격(3300억원)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IBK 케이스톤은 금호고속 매수 희망자가 늘고 금호측의 재매입 의지가 알려지며 5000억~6000억원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2011년 11월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화 주식 전량을 매도하며 409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세금을 제외한 3500억여원 중 대부분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소진했다. 게다가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전량 채권단에 담보설정돼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노조 파업이라는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노조는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광주·곡성·평택공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92.7%의 찬성률로 이를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2988명 가운데 2772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5월부터 26차례에 걸쳐 '2015 임금 및 단체협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인상 등 주요안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9.6% 인상, 임금 삭감분 환원 △임금 반납분 환원, 성과금 650만원 지급 △만60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격려금(150%+100만원) 지급 △임금 반납분 내년 환원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번 워크아웃 졸업으로 사측은 27차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고 파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