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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5-21 12:02
[임성일의 맥] 박지성처럼, '금수저 세상' 이겨낼 다 아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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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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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처럼 살아가기.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도전할 수 있는 길이다. © News1 송원영 기자>
전에는 없던 단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이 워낙 발달한 나라이고 남녀노소 스마트폰은 일상이 아니라 중독 수준이 됐으며 온라인 공간을 얼굴 마주보고 살아가는 곳보다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모르는 외계어를 비롯한 신조어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용어들은 대개 암울한 현실, 답답한 사회구조에 대한 푸념이나 체념 나아가 분노와 합쳐져 생성되는 경우가 적잖다. '헬조선(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끔찍한 단어가 대표적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슬픈 표현도 나왔다. 마치 계급사회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타고난 배경이 다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인데 안타깝게도 2016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표현이 되고 있다.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루만져줘야 할지 뾰족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이럴 땐 섣불리 위로하기도 어렵다. 특히 많이 배우고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의 어설픈 충고는 괜스레 반발심만 키울 수 있다. 차라리 이럴 땐 우리가 잘 아는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힘이 된다. 마침 좋은 예가 있어 소개한다. 박지성처럼 살아가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길이다.
사실 박지성에 대한 칭찬은 이제 진부한 수준이다. 언론에서 전하는 것은 더더욱 감흥이 떨어진다. 하지만 박지성과 함께 했던 이들, 박지성만큼 유명한 이들이 전하는 박지성에 대한 찬사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FIFA U-20 World Cup Korea Republic 2017' 홍보대사 위촉식이 열렸다. 2002월드컵에서 선수로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던 안정환과 박지성이 후배들을 위해 '홍보맨'을 자처했다. 오랜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은 팬들과의 만남에서 편안하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인상적인 것이 현역 때 기억하는 서로의 모습이었다. 후배 박지성은 안정환을 '노력해도 쫓아갈 수 없던 능력을 지닌 선배'로 떠올렸다. 박지성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였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안정환을 인정하며 "축구선수답지 않은 외모로 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다"는 농을 합치기도 했다.
박지성 입장에서 안정환은 하늘이 여러 재능을 선물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실질적으로 안정환은 박지성보다 빠르게 성공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박지성은 누구보다 멀리 높이 날았다.
안정환은 "살면서 누구를 부러워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지성이는 부러웠다. 맨유에서 뛰면서 한국 축구를 많이 알렸고 후배들이 박지성처럼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고 인정했다. 그리고는 인상 깊은 발언을 덧붙였다. 안정환은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성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했다. 그리고 성공해야하는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박지성의 성공비결은 결국 '성실' '노력' '끈기'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단어들이었다. 이어진 안정환의 "만약 어렸을 때 내 생각이 좀 더 깊었다면 보다 노력했을 것이다. 노력하면, 미래가 바뀐다는 것을 후배들이 알아야한다. 그때 깨어있었다면 다른 것들 다 버리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을 것"이라던 심경고백이 그렇게 해석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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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들보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도 아니었고 스피드가 돋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매머드 클럽에서 활약했다. 그 이유는, 결국 땀이었다. © AFP=News1 | 떠올려보니 안정환만 그랬던 게 아니다. 2년 전 이맘때 그런 이야기를 또 들었다. 2014년 여름, 박지성이 현역 은퇴를 선언할 무렵이다.
박지성의 결혼식과 그해 K리그 올스타전에 함께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처음 왔을 땐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어쩌면 한국이나 일본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꿈을 접고 되돌아가는 것 대신 그는 기다리고 노력하는 옵션을 택했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감동적인 헌신이 지금의 박지성을 만들었다"고 제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스물하나 박지성이 2002 월드컵에서 큰 형님으로 모셨던 황선홍 감독도 막내를 비슷하게 추억했다. 당시 황 감독은 "선수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신나서 뛸 때도 있지만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지성이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한결 같았다"면서 "박지성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수였다. 차분하고 성실했기에 지도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후배지만 존경을 표한다"는 극찬을 전한 바 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박지성은 대학교 때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어지간히 잘하는 선수들은 다 밟아본 연령별 대표팀과도 거리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K리그에서 불러주는 팀이 없어 J리그(쿄토상가)를 노크했겠는가. 타고난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건강한 마인드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은퇴식 때 "난 현란한 테크니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하거나 그것을 갖지 못한 나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다"면서 "나의 최대 장점은 활동량이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고 고백한 적 있다. 2016년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조언이다.
여기저기서 '천재로 태어나라' 혹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라'라고 푸념조로 말할 때 축구판은 '박지성처럼 살라'고 권하고 있다. 이는 곧 '성실하게 노력하라'의 다른 표현이다. 마침 바다 건너 영국의 축구클럽 레스터시티도 비슷한 충고를 전해왔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노감독 라니에리와 무명의 선수들이 "누군가 너희들이 우승한다고 내기한다면, 2만원만 걸어도 1억원을 돌려주겠어"라고 비웃던 세상을 향해 멋지게 한방 먹였다. 하면 된다.
다 알고 있는데 잘 안 가려고 할 뿐이다. 힘들다고 중도 포기하면서 '틀린 말'이라고 고개 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볼 일이다. 노력은 기준도 제한선도 없다. 딱 열 번만 찍고서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다고 짜증낼 필요는 없다. 두드려서 열리지 않는 문은 부셔버리고 들어갈 오기도 있어야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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