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로이터=뉴스1>
유가하락 방관의지로 해석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1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 가격전쟁은 없으며 사우디의 석유정책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우디 등이 가격을 인하해 국제유가가 하락했다는 비난 등에 대한 해명이지만 시장은 이를 OPEC내 영향력이 큰 사우디가 유가하락을 방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해 국제유가는 더욱 하락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이날 멕시코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사우디의 석유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고 현재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석유시장과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생산자, 소비자, 투자자에게 모두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알-나이미 장관은 사우디가 최근 미국에 인하된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해 OPEC내 '가격전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말에 "가격전쟁은 오해며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사우디가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더불어 그는 사우디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다른 산유국과 최대한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마이크 휘트너 석유시장 리서치 수석은 그가 "그린스펀처럼 의도적으로 불명료한 말을 한 것"이라면서 "그의 말에서 뚜렷한 방향을 발견할 수 없고 OPEC회의가 있기 전에 어떤 단서도 얻을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도 임기당시 모호한 말로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게 했던 것으로 악명높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가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유가 하락을 방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보았다.
이 여파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76센트, 0.98% 내린 배럴당 77.1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11년 10월 이후 3년여만에 최저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이날 전날보다 1.72달러, 2.1% 내린 배럴당 79.9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OPEC는 빈에서 이번달 27일 정례회의를 갖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