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5-03 (금)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6-05-07 11:47
[신앙과 생활] 어머니, 5월 입니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685  

김 준 장로(칼럼니스트)

 
어머니, 5월 입니다

 
어머님은 오래 전 87세에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어머님의 그 모습 그 음성 그 사랑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새로워지기만 합니다.

어머님이 70대 후반이시던 때, 평소에 큰 불편 없이 강건하셔서 뒤뜰의 잔디 일부를 파헤치고 내가 좋아하는 마늘과 상추 등을 재배하시면서 즐겁게 소일하셨습니다

그러시던 어머님이 늦은 봄(5) 어느 날 갑자기 열이 오르고 구토와 심한 현기증으로 몸을 가누시지 못할 정도로 위급하셔서 부랴부랴 병원 응급실로 모셔갔습니다.

하루 내내 이리저리 검사만을 되풀이했지만 이렇다 할 병명도 찾지 못한 채 입원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입원 하신 후 약 3일간은 병세가 너무 위독하셔서 어머님을 여의게 될 것만 같아 장례 준비까지 서둘러야 할 정도였습니다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책임지고 밤 낮으로 돌보게 되어 있는 병원이 제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3일간 어머님 곁에서 지냈더니 심신이 몹시 피곤하여 집에 가서 휴식을 좀 취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약 병석에 있었다면 어머님은 3일이 아니라 30일이라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계셨으련만, 겨우 3일밖에 간병을 계속하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과 불효를 스스로 자책하면서 고열로 신음하시는 어머님께 집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말씀 드렸더니 어머님은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한 두번 축이시고는 눈을 뜨시기도 힘겨우신 듯 애써 눈을 뜨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집에 가서뒤뜰의풋마늘 뽑아다가고추장 찍어 밥 먹어라.” 그러시면서 어머님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 보셨습니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로서는 자식을 위해 하실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시였을 것입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한 채 아무런 응답도 하지 못하고 어머님의 눈을 응시했습니다. 생사의 기로를 헤매시는 그 상황에서, 눈 한번 깜박하시기에도 힘겨운 그 병상에서도 자식의 식단을 염려하시는 어머니. 당신의 삶과 죽음의 문제보다도 풋마늘 향기를 즐기는 아들의 식탁을 더 중히 여기시는 어머님의 그 지극하신 사랑 앞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어머님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고마우신 눈빛, 그 아름다운 사랑의 눈길을 언제까지나 지켜보며 서있고 싶었습니다. 뜨거워지는 나의 눈시울을 어머님에게서 피하려고 옆 침대에 누워있는 백인 할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할머니와도 방금 어머님과 주고 받은 사랑의 눈빛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분주히 오가는 간호사들과 의사들에게도, 지팡이에 의지한 할아버지 환자에게도 바로 전에 어머님으로부터 받은 강렬한 사랑의 전류를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님이 나에게 쏟아 부으신 그 사랑은 내 한 몸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흘렀기에 그 잉여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옮겨 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님의 병환 소식을 듣고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 그리고 많은 친지들이 문병 오셔서 어머님을 위해 정성껏 기도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신 어머님의 병세는 차츰 회복되셔서 9일만에 퇴원 하셨습니다.

그 후에도 뒤뜰에는 해마다 5월이 오면 풋마늘이 푸릇푸릇 싱싱했습니다. 나는 풋마늘이 먹고 싶을때는 내 손으로 그것을 뽑지 않았습니다. 어머님께서 손수 뽑아 다듬어 씻어 내 밥상에 놓으시면서, 당신 딴에는 가장 보람된 일을 하시는 듯 만족한 표정으로 흐뭇해 하시는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5월은 어머니의 달. 더욱이 나에게는 어머님의 애정과 정성으로 키워진 그 싱그러운 풋마늘이 풍겨주던 남다른 추억 때문에 한층 더 뜻 깊은 달입니다. 세월과 함께 5월은 영원히 오고 또 올 텐데, 그 영원한 5월과 함께 어머님의 사랑 또한 내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 5월 입니다. 어머님의 사랑이 풋마늘 내음을 타고 내 마음과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5월 입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192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87 [신앙과 생활] 두 어머니의 기도요청 시애틀N 2016-08-14 3837
86 [신앙과 생활] 공범자 시애틀N 2016-07-31 3780
85 [신앙과 생활] 빈손으로 받은 '만나' 시애틀N 2016-07-17 3775
84 [신앙과 생활] 경고에 둔감한가 시애틀N 2016-07-03 3765
83 [신앙과 생활] 관용 시애틀N 2016-06-19 3705
82 [신앙과 생활] 어느 자유결혼 시애틀N 2016-06-05 3838
81 [신앙과 생활] 성직을 속화(俗化)시키는 덫 시애틀N 2016-05-22 3594
80 [신앙과 생활] 어머니, 5월 입니다 시애틀N 2016-05-07 3687
79 [신앙과 생활] '사랑의 집' 회상 시애틀N 2016-04-24 6213
78 [신앙과 생활] 정의와 사랑이 상충될 때 시애틀N 2016-04-10 4231
77 [신앙과 생활] 목적있는 죽음 시애틀N 2016-03-26 3762
76 [신앙과 생활] 문제의식(問題意識)이 있어야 시애틀N 2016-03-13 4061
75 [신앙과 생활] 지옥은 정말 있는가? 시애틀N 2016-02-28 3922
74 [신앙과 생활] 왜 거꾸로 삽니까? 시애틀N 2016-02-14 7354
73 [신앙과 생활] 그럴듯한 유혹들(하) 시애틀N 2016-01-31 3843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