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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17 12:06
[신앙과 생활] 빈손으로 받은 '만나'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73  

김 준 장로(칼럼니스트)

 
빈손으로 받은 ‘만나’

 
황해도가 고향인 우리 가족은 14후퇴 때 서해상에 있는 대청도로 피란해있던 중 정부의 난민 소개방침에 따라 미군 LST를 타고 목포로 이송되었습니다

그때 동승한 1,000여명의 난민들은 또 다시 영암군, 해남군, 무안군 등지로 배정되었는데, 우리 가족을 포함한 200여명은 목포에서 배로 4시간이상 가야 하는 진도 섬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해(1951) 12월말 경, 우리가 탄 화물선은 황혼이 깃든 어둠을 헤치며 진도로 향해 떠났습니다. 선장실 외에는 전부 노천인 그 배에 무거운 짐부터 먼저 배 밑에 실은 뒤 그 위에 보따리를 든 난민들이 가득히 올라 탔습니다.

하늘을 지붕삼고 캄캄한 바다 위에서 그 추운 겨울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이름 모를 섬들을 구비구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목포항을 떠날 때부터 조금씩 불기 시작하던 바람이 차츰 강도가 심해지더니 마침내 강풍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의 물줄기를 흠뻑 뒤집어쓰면서 그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느라 모두가 새우처럼 구부린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약 두어 시간이 지난 때였습니다
갑자기 선체가 심하게 요동치는 듯 하더니 !” 소리와 함께 배가 멈춰 섰습니다. 암초에 좌초된 것입니다. 엔진 소리는 계속 들렸지만 배는 조금도 전진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 소리와 함께 부셔지는 파도의 물줄기가 난민들 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극도의 공포와 추위로 구원을 외칠 기력마저 잃고 있었습니다. 죽음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배 밑으로 물이 스며들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배 밑이 뚫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기적이었습니다. 마침내 최후의 수단이 강구되었습니다. 사람을 제외한 일체의 짐(피란 보따리)들을 전부 바다에 내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닥치는 대로 짐들을 바다로 내던지는 청년들과, 한사코 버릴 수 없다면서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울어대는 부녀들과, 추위와 뱃멀미를 못이긴 어린이들의 울음소리로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녀들이 그들의 보따리를 사수(?)하려는 그 보따리에는 분명히 그들만이 알고 있는 생명과도 같은 귀중한 알맹이가 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생명과는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그 금싸라기 같은 짐짝들이 무수히 남해 한 가운데로 던져지고 말았습니다.

배의 짐이 거의 다 비워질 때쯤이었습니다. 거센 파도와 함께 선체가 크게 요동하는 듯 하더니 먼산이 약간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배가 앞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제히 환호를 외쳤습니다. 우리는 살아난 것입니다. 비록 남은 것은 몸둥이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흔히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를 빈 손으로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의 우리 처지는 조금도 과장 없이 그야말로 빈 손으로 진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 손으로 우리는 제2의 생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 제2의 출발은 참으로 눈물겨운 가시밭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체험이 지금에는 천만금을 준다 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너무나 소중한 내 생의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빈 손으로 들어간 진도에서 우리는 UN에서 공급해준 약간의 구호미와 그 식량 못지 않게 중요한 거처할 숙소와 일체의 부식과 모든 생활용품들을 생면부지(生面不知)인 고마운 진도 주민들이 아낌없이 베풀어준 도움으로 살았습니다.

아무런 보답도 기대할 수 없었던 우리에게, 혈연 관계도, 지연 관계도, 학연 관계도 아닌 우리들에게 오직 순수한 동족애의 발로로 베풀어준 그 분들의 은덕이 눈물겹도록 고마웠습니다.

그때 그분들에게서 받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온정을 나는 하나님께서 그분들의 손길을 통해 우리에게 내려주신 ‘하늘의 만나’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나는 3,500년전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내려진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계속 우리 인류 위에 내려주셨고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내려주실 것입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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