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380(좌), 아시아나항공 A380(우)© News1 2014.02.14/뉴스1 © News1
국토교통부가 '샌프란시스코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앞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과징금 수준의 행정처분을 원하고 있다. 운항정지 처분을 받으면 '위험한 항공사'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과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원칙'을 내세우며 운항정지 처분을 주장하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주 중으로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수준을 결정하고 이달 중으로 최종 집행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는 사망자 3명, 중상자 48명이 발생했다. 국내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상자 2명은 사망자 1명으로 적용돼, 이 사고의 경우 총 사망자 규모가 27명으로 변환된다. 이는 60일간 해당노선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당시 사고에서 아시아나항공 OZ214편 여객기(보잉 777-200ER)는 전소됐다. 이는 해당노선에서 30일간 운항정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법에 따라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90일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다만 운항정지 기간은 국토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최소 45일에서 최대 135일까지 변할 수 있다.
국토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운항정지 처분으로 항공사 및 이용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10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법에 따라 최소 7억5000만원에서 최대 22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운항정지를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정지 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90일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약 32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포기해야 하는 영업이익도 10억원 이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운항정지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마케팅 부진,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의 피해액이 7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3개월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그동안 구축해온 영업망이나 시장환경이 무너질 수 있다"며 "매출액, 주가 등 각종 피해액과 이미지 회복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등을 추산하면 수천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국제 항공업계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아닌 이상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운항정지를 받은 항공사는 '위험한 항공사'라는 인식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1996년 미국 저가항공사 '밸루제트'는 운항 중 산소발생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항공기가 전소되고 탑승객 110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로 3개월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파산해 '에어트랜'으로 합병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노사 양측에서 입장자료를 내놓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국토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미주한인총연합회 등 미주지역 7개 교민단체, 국내·외 43개 항공사 등이 잇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내놓으면서 국토부가 운항정지 처분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240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달 29일 안토니 타일러 IATA 총재의 이름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처벌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IATA는 당시 사고가 아시아나항공의 고의적이고 노골적인 위반이나 태업행위가 아니라면 항공 사고를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은 국토부에서 하는 것"이라며 "안토니 타일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재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아시아나항공을 처벌하지 말라고 한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조 회장은 현재 IATA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과거 1997년 2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괌사고' 당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조고사 결과가 전달된 지 이틀만에 2년 운항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1999년 런던에서 화물기 사고가 발생한 후 6개월 운항정지 및 1년 6개월간 신규노선 취항 및 증편기회를 박탈당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연간 안전보안 부분에 1000억원, 정비부분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15년간 '무사고'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가 괌 사고, 런던 화물기 사고 등에서 노선 면허 취소, 운항정지, 신규 취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온 것처럼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경쟁사에 대한 견제 때문이 아니라 항공안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