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벌인 강남 성형외과 의료진./© News1>
의료진 잇단 일탈행동에 국민들 불안…세부적인 의료윤리지침 마련 필요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상담·수술 의사 다른 '유령 수술' 피해 10만명 추계
음주 수술에서 수술실 생일파티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의료인들의 일탈행동이 계속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술에 취한 전공의가 3살 남자아이에게 봉합 수술을 했다. 턱이 심하게 찢겨 응급실을 찾은 이 아이는 뼈가 보일 만큼 상처가 깊었다. 자칫 세균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음주 수술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재수술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자아이 부모는 "해당 의사가 소독을 안 하고 위생장갑도 끼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큰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 28일 발생한 강남 성형외과 수술실 생일파티 사건도 감염이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놔두고 촛불을 켠 생일 케이크를 들고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먹었다.
가슴 수술에 사용하는 보형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사진까지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수술실 장면을 공개하는 것자체가 의료계에서는 금기 행동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4월 일부 성형외과에서 행해지는 유령의사(쉐도우 닥터) 수술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의사의 전문성과 명성을 믿고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를 속이는 불법 행위로 상담 의사와 수술 의사가 다른 수술 사례를 지적한 내부 고발이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급기야 '과대광고에 속지 말고 유령 수술에 당하지 마세요'라는 유인물을 제작해 회원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성형외과의사회가 추정한 유령 수술 피해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 수술에 대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암세포'라는 표현까지 쓰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진 일탈행동이 의료불신 초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의 잇단 일탈행동은 환자와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은 의료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료실과 수술실 등은 어느 곳보다 안전이 강조되는 공간이다. 심신이 미약한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진이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일탈행동은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의사들 책임이 가장 크다. 올해 상반기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높아진 반면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일탈행동을 막으려면 의료계 내부적으로 윤리교육과 자정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개정된 의사윤리지침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추가적인 개정 작업이 없는 상태다.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매거진 이뉴스레터(e-newsletter) 11월호에 실린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글을 통해 "국제적 보편성과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06년 당시 윤리지침 개정 때 폭넓은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지침은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겪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의료윤리 문제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윤리연구회에 따르면 영국은 의료인이 이성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보호자·간호사를 동반해 진료하도록 하는 세부적인 내용의 윤리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성형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환자의 은밀한 부위를 진료하는 영국 진료과는 윤리교육에 관한 이수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앞으로 이런 의료진 일탈행동 사례가 계속 발견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계 내부적으로 직종에 맞는 세부적인 윤리지침을 만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한마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로 표현하고 싶다"며 "의료진은 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