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성기자의 藥대藥] ⑫ '트라젠타' VS '자누비아'
서구화 식습관의 영향으로 당뇨병 환자들이 늘면서 치료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은 이러한 생활습관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습관적인 이유로 인슐린에 대한 신체세포의 반응성이 떨어져 발생하는 경우다. 많은 비만환자들이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최근 제2형 당뇨병치료제 시장에 혈당 강하 효과 외에도 기존 약제들의 부작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장점을 장착한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치료옵션이 확대돼왔다.
현재 병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는 DPP-4 억제제 계열 약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첫 DPP-4 억제 계열 약제로서 2007년 국내 치료제 시장에 등장했던 한국MSD의 ‘자누비아(성분 시타글립틴)’와 후발주자이지만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성분 리나글립틴)’가 처방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전체 당뇨병치료제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처방액 규모를 보이고 있는 DPP-4 억제제는 무엇보다 기존 치료제들의 저혈당 부작용을 대폭 줄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DPP-4 효소는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1) 호르몬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인체 내 세포에 흡수시키고 글루카곤은 포도당이 모여 있는 글리코겐을 분해시켜 혈당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GLP-1은 이자(췌장)의 랑게르한스섬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알파세포를 통해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면서 혈당을 낮춘다. DPP-4 효소가 GLP-1을 자극해 결국 혈당을 올리는 것을 막는 것이 DPP-4 억제제다.
DPP-4 억제제의 최대 장점은 저혈당 위험성을 낮췄다는 것과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다는 편의성에 있다. 포도당 의존성 약물이어서 포도당이 체내 많은 경우에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베타세포가 있는 이자에 대한 작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이 중 트라젠타는 유비스트 원외처방액 자료 기준으로 작년 상반기 동안 25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시장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자누비아의 처방액은 228억원이다. 나머지 순위에는 다른 DPP-4 억제제들을 포함해 메트포민이나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타 계열 약제들도 포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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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 분석. /뉴스1 © News1 |
◇치고 올라온 '트라젠타', 신기능 무관 복용 최대 강점
물론 두 약제 모두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각각의 임상연구에서 탁월한 혈당강하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자누비아보다 4년이나 늦게 허가를 받은 트라젠타가 특히 큰 인기를 끄는 주요인은 차별화된 대사과정 때문이란 게 학계 평가다.
자누비아와 달리 트라젠타는 신장이 아닌 담즙과 대장을 통해 배설이 이뤄져 환자의 신장 기능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자누비아의 경우 환자 신장 기능 정도에 따라 용량을 달리 투여해야 한다.
예컨대, 자누비아는 중등도 신장애 환자는 1일 1회 50mg을, 중증의 경우 1일 1회 25mg 용량이 사용된다. 트라젠타는 신기능과 무관하게 1일 1회 5mg 용량을 투여한다. 물론 DPP-4 억제 계열 약물들은 다른 계열 약제들에 비해 신장 기능과 간 기능 부담이 덜한 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한 관계자는 “신기능을 따지지 않고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편의성을 준다는 점에서 처방 선호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누비아의 경우 트라젠타가 국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시장 1위를 차지해왔다. 국내 첫 DPP-4 억제 계열 약물로서 장기간의 임상데이터와 처방 안전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려왔다. 새로운 당뇨병환자가 아닌 기존 자누비아를 처방받던 환자에 대한 약물 스위치가 어렵다는 점도 장기간 높은 처방률 기록에 큰 요인이 된다.
트라젠타는 다른 외국계제약사 릴리 그리고 국내사 유한양행과 공동 프로모션 중에 있다. 유한양행이 주로 개원가를,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는 대학병원급에서 마케팅 중이다. 자누비아의 경우 한국MSD가 대학병원을, 대웅제약이 개원가에서 프로모션하고 있다.
두 약제 모두 보험적용이 가능하고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시판 조사에서 보고됐던 급성 췌장염 등의 안전 사례와 그 밖에 부작용들도 있기 때문에 의사 진료가 필수다.
트라젠타는 기본 용량 5mg 1정에 763원, 자누비아의 경우 100mg 1정에 924원으로 약값이 형성돼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