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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04 08:35
[e톡톡]오글거리면 어때서!…‘오글거리다’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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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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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이 참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신조어 몇 개가 익숙해졌다 싶으면 곧바로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래, 언어는 원래 변하기 마련이니까. 벌써부터 뒤떨어진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겉으론 고개를 끄덕여보지만, 그래도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하다.
본디 언어란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된 합의다. 또 다른 말로는 '언어의 사회성'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십년, 수백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르다. 순식간에 새로운 표현과 단어가 탄생하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수천명의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더이상 언어의 사회성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글거린다는 말은 문학의 독이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세상 모든 시인들의 시를 그저 '오글거리다'라는 말 하나로 치부한다'라며 '이 말을 만든 사람은 우리나라 문학·음악계를 죽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짤막한 비판을 남겼다.
글은 겨우 두 문장에 불과했지만, 파장은 컸다. 수십 개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진 이 글은 최근까지도 조회수와 댓글 수를 경신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글거리다 금지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오글거리다'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2009년을 전후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본디 '좁은 그릇에서 적은 양의 물이나 찌개 따위가 요란스럽게 끓다' '작은 벌레나 짐승, 사람 따위가 한곳에 빽빽히 모여 움직이다'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어느 순간 '너무 느끼해 참을 수 없는 민망함'의 대명사가 됐다. 이 단어는 '오글오글' '손발이 오그라들다' 등의 파생어를 낳으며 '중2병' '허세'와 함께 세력을 확장했다. 지금은 문학·철학·음악 등 분야를 불문하고 널리 쓰이고 있으며, 급기야 언론에 진출하기까지 했다.
'오글거리다'는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잘 통하는 듯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오글거려서 서정적인 노랫말을 못 듣고, 오글거려서 소설이나 시집을 못 읽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사유하지 못한다. 안 하는게 아니라, 오글거림을 싫어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못하는 것일테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요즘 아이들이 갈수록 성찰하기를 꺼리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성찰인데, 일종의 유리장벽과 같은 두려움을 가진다니 슬프네요(rlfls****)"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오글거리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언어가 사고(思考)의 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고하는 능력을 타고나지만, 이 능력은 언어 안에서 규정된다. 자주 사용되는 언어일수록 더욱 그렇다. 개인 또는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가 확장될 수도, 제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글거리다'는 그저 하나의 예에 불과하며,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개인의 감성을 짓밟는 행위…감정의 배설도 필요해
어깨**** 언어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어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편견없이 받아주던 말과 행동들이 저 단어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다니... manon**** 문학도 문학이지만 철학은... 철학적 사고를 하면 나이 불문하고 오글거린다는 말을 듣게 되죠. 이 어휘가 만연하게 퍼진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인문학적 강대국이 되기는 틀렸습니다. killi**** 그러면서 요즘 사람들은 감성이 죽었다느니 뭐냐느니. 자기들 스스로 죽인 감성을 왜 이제야 찾는지 모르겠어요. 짝지**** 세련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감성의 배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고차원적 생각, 감탄할 만한 언어를 쓰는 건 아닌데 '오글거린다'며 비웃는다면 과정조차 짓밟히는 건 아닌가 싶네요. 가끔씩**** 젊은 사람의 감수성이 얼마나 사장되고 있을까요. 스스로 오글거린다고 여겨 생각을 닫아버린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 강**** 무감성의 시대가 오는 거죠. 정신적 성숙이 억제당하고 오로지 '이성적 판단'만 가능한. 감성은 스스로 추구하지 못해요. 일종의 '학습'이죠.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그들이 불쌍한 존재라고 느껴지네요.
#무분별한 배설은 지양해야…시대적 변화일뿐
105**** 시대에 따른 트렌드가 아닐까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감성을 배제한 담백한 언어들이 오히려 좋은 것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무고**** 좋은 글을 보고 오글거린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이 말 덕분에 그저 흉내를 내는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됐어요. 똑똑한**** 오글거린다는 말은 쓰임의 범위와 그 태도가 지나치게 경솔할 뿐, 분명 오글거림은 존재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안목이죠. 푸른**** 진지함보다 가벼움을, 느림보다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라 그런 것 같아요.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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