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재초대 거부·일대일 비밀채팅 도입
경기도에 사는 고등학생 김모군은 매일 ‘카톡 감옥’ 안에서 살고 있다. 같은 학교 이모군이 김군을 카카오톡 채팅방에 초대해 친구들과 단체로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김군은 카톡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군을 비롯한 일진들을 카톡 친구목록에서 차단했다.
하지만 이모군은 다른 친구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김군 전화번호를 등록한 후 계속 초대하며 김군을 못살게 굴었다. 결국 김군은 채팅방에서 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카톡 채팅방에 들어가 자신을 향한 심한 인신공격과 욕설을 본 뒤 '나가기'를 눌러야 했다. 카카오톡을 탈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소년 사이버 폭력의 하나로 쓰이던 일명 '카톡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
8일 다음카카오(공동대표 최세훈, 이석우)가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건전한 사용문화 조성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채팅방 재초대 거부 기능'과 '일대일 비밀채팅 모드'를 최신 업데이트 버전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카카오톡 4.7.0버전에 추가된 두 기능은 사용자에게 대화 상대와 대화 모드의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것이다.
▲ 재초대 거부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그룹채팅방에서 퇴장한 후 재초대받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심각한 사이버 폭력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소년 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이 사이버 왕따 피해 경험자다. 사이버 왕따란 가해 청소년들이 카카오톡 등 SNS채팅방으로 피해학생을 초대해 심한 욕설을 하고 피해학생이 채팅방에서 나가면 끊임없이 초대하는 것. 이뿐만 아니라 신종 사이버 폭력 유형도 여러 가지다. 채팅방에 초대한 뒤 피해학생만 남기고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카톡방폭', 카카오톡에서 집단 따돌림하는 '카따', 떼를 지어 욕하는 '떼카' 등이 있다. 특히 카톡 감옥은 청소년뿐 아니라 2~30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관련 기사 http://news1.kr/articles/?485768)
재초대 거부 기능은 채팅방 '더보기' 메뉴의 '설정'에서 '초대거부 및 나가기'를 선택해 활성화할 수 있다. 사용자가 참여를 원치 않는 채팅방에서 영구 퇴장할 수 있어 사이버 폭력 피해 방지뿐만 아니라 사용자 주도의 채팅 참여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일대일 비밀채팅 모드는 일반채팅보다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한 대화방이다. 비밀채팅 모드는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서버가 아닌 휴대폰 등 개인 단말기에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end-to end encryption)' 기술을 적용한 것.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서버에서는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9월 불거졌던 ‘카카오톡 검열’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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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에서 비밀 채팅 시작하는 방법. © News1 |
비밀채팅 모드는 기존 일대일 채팅방의 '더보기' 메뉴에서 '비밀채팅'을 누르거나 채팅 탭 하단의 '채팅방 개설' 버튼을 눌러 대화 상대 선택 후 채팅 종류를 '비밀채팅'으로 선택하면 된다. 카카오톡 앱을 껐다 켜도 비밀채팅방은 유지돼 계속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현재 일대일 채팅에서만 이용가능하며 그룹채팅방의 비밀채팅모드는 내년 1분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사생활에 대한 사회관심이 증가하고, 재초대 거부 기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만큼 이번 업데이트는 비밀채팅 모드와 재초대 거부 기능을 도입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사용자의 의견과 사용경험을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