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4월27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자료사진. (사진 : 노동신문)© News1 2014.04.27/뉴스1 © News1>
노동당 중심의 집단 의사결정 구조 표면화..."정책결정의 정당성 확보"
권력 승계 과정에서의 당 조직지도부 역할도 한 몫
내년 당 창건 70주년 맞아 당 중심 체제 운영 강화 예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북한 체제는 노동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여주는 경향이 짙다.
북한이 김일성 집권이후 당 중심의 체제를 큰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으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5년 '선군(先軍)정치'를 공식화하며 사망 직전까지 당 중심 지도체제의 틀을 상당부분 바꿔놓은 상황이었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31일 '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며 이 같은 선군의 기조를 이어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2012년 4월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되면서부터 이러한 양상의 변화가 감지된다.
김정은은 곧바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며 김정일 시대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체제를 그대로 물려받는 듯 했으나 이후 본격적으로 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한다.
김정은은 2012년 이후 1번의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6번의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4번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올해 3월과 4월 연이어 김정은 본인이 주재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군부의 조직문제 등 군 관련 문제가 논의됐다.
이는 군부 인사문제가 당 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김정일 본인의 의사와 핵심 군 측근들에 따라 군 인사가 결정됐던 김정일 집권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김정은은 이미 집권 후 첫 주요 인사조치로 리영호 총참모장을 쳐내며 군 장악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잇따를 것임을 시사했었다.
김정은은 이후 군의 최고 보직인 군총정치국장에도 비(非) 군부 출신 최룡해와 황병서를 연달아 앉히며 군에 대한 당의 장악력을 높였다.
또 최근 북한의 공군인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이 기존의 상장에서 준장으로 계급이 낮춰지는 등 내부적으로 군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숙청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출당 및 직무정지 조치도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북한은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시대 사실상 첫 통치이념인 '핵 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도 지난해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바 있다.
이 같은 김정은의 통치 방식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짧은 후계자 시절부터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모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김정은이 통치 스타일도 김일성과 닮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일성 시대의 노동당은 사실상 모든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 권력이었으나 김정일 시대 들어 핵개발의 가속으로 인한 선군정치의 채택과 '고난의 행군' 시기가 겹쳐지며 당의 영향력은 상당부분 축소됐었다.
한편으론 통치 방식을 단순히 할아버지 따라하기 차원에서만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다른 분석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
지난 10월4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사진공동취재단) 2014.10.4/뉴스1 © News1 |
일각에선 김정은의 후계자 채택 및 집권 과정에서 김정은을 도왔던 핵심 인사들이 당 조직지도부 출신들이라는 점을 통치 방식의 변화의 배경으로 꼽는다.
김정은의 승계 과정에서 김정은을 도왔던 핵심 멤버들 중에는 당시 조직지도부를 이끌던 황병서와 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자인 조연준이 포함돼 있다.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듯 하지만 특히 조연준은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 김씨 일가와 '가장 가까이'에서 의견 교환을 하는 '문고리 권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총정치국장을 역임한 뒤 최근 당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오르며 2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최룡해 역시 과거 근로단체 담당비서로 오래 동안 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이 같이 김정은의 집권 및 체제 유지에 혁혁한 공이 있는 조직지도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당 출신 인사들이 김정은의 주변에 포진한 탓에 통치 방식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당 중심으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결국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장악력과 직결된 친위세력, 측근세력을 키우기 위해 군이 아닌 노동당을 선택한 셈이다.
올해부터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와 함께 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단 확실한 것은 김정일에 비해 아주 짧은 후계자 시절을 경험하면서 선대에 비해 조직장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김정은이 당 중심 체제의 통치 방식으로 인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이 맥락에서 김정은 시대 통치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발표한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전망'에서 "김정은은 제도적 최고 지위와 권한을 우선 장악하고, 중요 정책은 당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는 모양새를 표출하고 있다"며 "집단적 협의체 결정 형식을 통해 지도부의 안정을 모색하면서, 자신이 행한 정책결정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방편을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향은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맞는 내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6월 최고지도자에 대한 간부와 주민의 행동 규범을 적시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원칙'을 39년 만에 고치며 당의 권위를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김정일의 3주기를 탈상하는 것과 당 창건 70주년이 맞물리면서 김정은이 내년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