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강일동 명일동성당에서 故 최모 경위의 큰형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경위의 큰 형은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명일동 성당에서 공개 여부를 놓고 최 경위 부인과 진통을 겪여온 유서를 복사해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유출자 지목' 한모 경위에게 "나도 민정비서관실 제의 오면 흔들릴 것"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
"힘없는 조직 일원으로 회한…당당하게 공무원 생활해 행복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 오다 숨진 채 발견돼 자살로 밝혀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45) 경위의 유서가 빈소인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유족들에 의해 14일 공개됐다.
그런데 이 유서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시도를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최 경위는 공개된 유서 8장 가운데 자신과 함께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같은 정보1분실 소속 한모 경위에게 남긴 유서 2장에서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시도를 시사하는 내용을 언급했다.
최 경위는 이 2장의 유서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이어 자살 동기에 대해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며 "슬퍼하지 말고 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며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서 공개와 동시에 최 경위의 형인 최모(56)씨는 기자들에게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를 세상에 알리고자 호소한다"며 "내용을 보면 민정라인이 회유하고자 한 내용이 있다, 잘 살펴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최 경위는 유서에서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지만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린다"고 최근의 심경을 토로했다.
또 "'BH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 없다"며 "단지 세계일보 조모 기자로 인해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됐고 조선일보 김모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했지만 그 중 진정성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 기자와 조선일보 김 기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세계일보 조 기자에게는 "내가 만난 기자,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 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밖에 최 경위는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셔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경찰 생활하며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 보니 대출을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공무원의 현실"이라며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어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도 남겼다.
이번에 공개된 유서는 전체 14장 가운데 유족들에게 남긴 내용을 제외한 8장 분량이다.
앞서 경기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최 경위의 부인이 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경찰에게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 경위의 형인 최씨 등 다른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자료의 형식으로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혀 유서의 공개를 놓고 유족들 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유서를 공개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한 말, 사랑한다, 부탁한다 등의 내용을 빼고 14장 중 8장을 공개한다"며 "내 동생이 손수 적은 것"이라고 직접 유서 내용을 설명했다.
또 "휘갈겨 쓴 게 있어서 잘 못 보는 분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볼 수 있다"며 "맨 뒤에 언론인들에게 한 말도 있으니 참고해 보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복사가 잘 안 된 뒷페이지의) 원본은 경찰서에 있다"며 "글자 감식이 끝나면 원본을 받으니까 언론인들에게 잘 알려달라는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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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유서 전문. © News1 민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