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와 셰일의 전쟁…"일시적으로 30달러 밑 전망도"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세계 경제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기준 한국의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0.51달러를 기록해 심리적 저항선인 60달러 선 붕괴가 임박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59.96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4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 경제엔 소비여력이 높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도 내려가 2년 이상 1%대 낮은 물가상승률과 겹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부정적 효과도 생길 수 있어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내년 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정부나 경영 목표를 세워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 기름 값이 얼마를 기록할 지가 관심사다.
◇내년 유가 70달러 수준 예측 많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로 전망하면서 2015년 연평균 유가를 70달러 수준으로 감안했다.
김성태 KDI 박사는 "현재 60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유가가 오를 수 있다"며 "다른 전문기관들도 하반기 유가가 더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해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올해 연평균 유가를 98달러 정도로 예상했었다. 실제 올해 유가가 95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에는 전망치를 적중시킨 셈이다.
다만 김 박사는 "내년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예정됐는데 상반기 낮은 유가를 지속하다 하반기에 OPEC 회의 결과에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1일 '저유가 동향 점검 간담회'에서 내년 유가(두바이유)를 배럴당 64달러에서 101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기준유가(연평균)는 80.18달러로 봤다. 최저점은 64, 최고점은 101달러다.
다음 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을 내다보면서 70~80달러 수준의 유가를 전제할 것으로 보인다.
강중구 LG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분석 중이라 전망치를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70달러 안팎으로) 시장의 컨센서스(동의)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이체방크는 11일 발표한 내년도 전망보고서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평균 가격 예상치를 당초 내놓은 80.50달러에서 67.50달러로 낮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일(미국 시간) 브렌트유의 가격은 각각 올해 99.54달러, 내년 68.08달러로 예측했다. 지난달 각각 101.04달러, 83.42달러 전망보다 하향했다.
모건스탠리는 "OPEC 개입이 없다면 과잉공급은 내년 2분기에 정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내년도 전망치는 종전 98달러에서 70달러로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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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 지대의 모습 © AFP=News1 © News1 |
◇내년 유가 저점 25달러 전망도 나와
다만 내년 국제유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과 미국의 셰일오일이 벌이는 '오일전쟁' 등 공급 측 요인으로 추가 가력 하락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OPEC이 하루 3천만 배럴 생산 목표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전통적 석유 생산국들과 미국 셰일오일사 중 저유가를 버티는 쪽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얘기다 나온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원가는 37~75달러 수준으로 다양하다. 특히 셰일오일의 경우 생산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아 소규모 회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원가는 20달러가 되지 않는다. 만약 OPEC이 공급량을 늘려 석유가격을 40~50달러까지 낮추면 미국 셰일오일 회사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OPEC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방식으로 석유 지배력을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 유가가 30∼4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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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 급락 등 대외악재 등으로 코스피가 1910선으로 물러난 11일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28.97포인트(-1.49%) 내린 1916.59를 나타내고 있다. 2014.12.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이로 인해 유가 하락 최저점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유가 하락세를 어느 정도가 될 지는 알 수 없다"며 "공급과잉 상태가 언제 해소되느냐가 관건인데 6월 OPEC 정례회의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공급요인 외에 수요 측에서 변동성이 커지면 유가 하락은 저점을 알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4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내년에 은행들이 소비자와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계속 축소하면서, 세계 원유 수요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며 국제유가 급락을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내년 평균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예측하면서도 내년 1분기에 일시적으로 25달러 이하의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많은 석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유가가 30달러대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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